문자로 메일로 다들 한마디씩 한다. “제일 뻘거니 좋네요” “고생 했어 형” “어찌 그리 외진 데 계세요” 등등. 다들 내가 가장 좌파적으로 나왔다는 걸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개인의 자유를 가장 옹호하는 사람으로 나왔다는 건 짐짓 안도감이 들지만, 내가 제일 좌파적이라고 나온 건 영 개운치가 않다. 앞서 말했듯 그건 내가 한국에서 가장 좌파적이라서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혹은 나보다 더 급진적인 사람들이 설문대상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90년대 이후 자유주의적인 우파들(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좌파를 자처하고 극우파가 그들을 좌파라 불러주고 하면서, 한국사회는 자유주의 우파가 좌파 노릇을 하고 극우파가 멀쩡한 우파 노릇을 하는 괴상한 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진짜 좌파들은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같은 의회 안의 좌파들이 있긴 하지만‘대중성 강박’에 사로잡혀 좌파의 정체성을 잃어가거나(진보신당) 아예 자유주의 우파들과의 연대를 위해 좌파의 정체성을 뒷전으로 두는(민노당)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 좌파들은 어디에 있냐고? 그들은 일년 내내 한겨레나 경향에 단 한 줄도 제대로 실리지 못하지만(그 신문들은 이명박과 박근혜의 싸움 따위에 지면을 할애하느라 좌파의 활동을 실어줄 여력이 없다) 이런저런 조직과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노동전선 홈피를 보자. 아마도 어지간히 진보적이라 자처하는 사람도 정서적 거부감이 들지 모르겠다. 낡고 철지난 그리고 비현실적인 느낌. 그러나 그게 그들의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인지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거부감인지는 한번쯤 되새겨 볼 일이다. 우리는 그런 느낌을 갖도록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다. 그런 느낌을 잠시 접어두고, 현실 문제에 대한 그들의 논평들부터 찬찬히 읽어보면 의외로(그러나 너무나 당연히!) 공감가는 대목이 많을 것이다. 사실, 오늘 한국사회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는 이유는 왼쪽으로 당기는 힘이 너무나 약하기 때문이며,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이 지리멸렬한 것 역시 그들보다 더 급진적인 좌파의 견제와 견인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좌파의 힘은 우리의 관심으로부터, 우리의 시야에 그들을 포함시키는 일로부터 생겨난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반이명박 연대가 어떻고 민주세력 연대가 어떻고 하는 데 쏟는 관심의 절반만 좌파에게 할애해도 좌파에게 힘이 생기며, 한국사회는 금세 몰라보게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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