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겠냐만 김단과 김건은 유별나게 짐승을 좋아한다. 김건의 소원은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건데, 순전히 큰 개를 키우고 싶어서다. 아파트에 살고 있고 어미아비가 늘 바쁜 현재로선 선뜻 짐승을 들이기가 어렵다. 둘이 그 짐승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측은해서 소형견이나 고양이라도 들여 볼까 몇 번 고려했지만 번번이 접은 터였다. 아쉬운 대로 구피 몇 마리와 거북 두 마리를 키우던 둘은 얼마 전 시장에서 본 애완용 토끼에 깊이 고무되었다. 너무나 예쁜데다(토끼!) 한 마리에 만오천원인가 하고 손도 많이 가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나는 김단에게 말했다.
“키우고 싶다는 것과 키울 수 있다는 건 달라. 건이야 아직 어리니까 키우고 싶다는 말만 하지만 너는 너희들이 토끼를 키울 수 있다는 걸 엄마 아빠에게 설득해내야 해. 인터넷도 찾아보고 해서 정리를 해봐.”
그저께 저녁 애완용 토끼 사이트들을 섭렵하며 이것저것 스크랩을 하던 김단이 그랬다. “아빠. 많이 알아보고 있는데 내가 원래 정리하는 거 잘 못하잖아. 그래서..” “원래 못하다니. 단인 얼마든 잘 할 수 있어. 해봐.” “알았어..” 그래놓고 영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어제 아침 몇 가지 ‘질문’을 적어 주었다. 내 생각엔 김단이 제 어미 아비를 이번에 설득해낼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짐승을 들이기가 부담스러운 어미 아비 역시 ‘그래도 키우기 어려운 이유들’을 준비할 테니. 그래서 조금은 실망하겠지만 다시 보완해가면서 머지않아 어미 아비를 설득해낼 수 있으리라. 나는 그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내가 적어 준 '토끼 질문'. 김단은 질문을 보충하고 답을 채우는 중이다.
1. 돈이 얼마나 드는가? 처음 살 때, 그리고 평소에.
2. 매일 할 일은?
3. 매일은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할 일은?
4. 2와 3에서 단이와 건이가 할 일은?
5. 2와 3에서 엄마와 아빠가 할 일은?
6. 4가 5가 될 가능성과 그렇게 되었을 때 해결방법은?
6. 토끼를 키워서 식구(혹은 일부 식구)에게 좋은 점은?
7. 토끼를 키워서 식구(혹은 일부 식구)에게 나쁜 점은?
8. ..
2006/01/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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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이런 아버지가 될 수 있다면..
Tracked from 불건전청년의 딴집 살림 2006/01/03 15:11 삭제<a title="" href="http://gyuhang.net/archives/2006/01/index.html#000737" rel="nofollow">http://gyuhang.net/archives/2006/01/index.html#000737</a> 이런 아버지가 되면 좋겠다. '토끼는 똥싸고 냄새나니까 절대 사면 안돼' 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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